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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자

작품 안내2026.10.04

정달자의 책을 펴내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페이지에서 문득 부모의 얼굴이, 조부모의 얼굴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정달자의 책에서 마고가 만난 것은 그런 얼굴들입니다. 국경을 넘고 전쟁을 지나온 세대는 말수가 적습니다. 아팠던 이야기를 꺼내면 짐이 될까 삼키고, 삼킨 자리에서 대신 밥을 짓고 동생들을 키웠습니다. 그 침묵을 우리는 글로 옮깁니다. 말하지 못한 채 늙는 것과, 늦게라도 말하고 늙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글은 뒷사람의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의 고단함은 종류가 다를 뿐 무게가 다르지 않습니다. 벼랑에서도 남의 손을 먼저 잡은 사람들의 기록이, 오늘 제 벼랑 앞에 선 누군가에게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사람들이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나면, 세상은 그만큼 넓어집니다.

느리게 내겠습니다. 대신 오래 남을 책을 내겠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고할멈 드림

정달자의 작품을 소개하며 쓴 출판사의 글입니다. 작가의 직접 발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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